취미생활/책을 보다

신경림의 시인을 찾아서 1, 2

끼득이 2011. 9. 6. 14:06

 

신경림 저 / 우리교육

 

아침 출근길
버스를 기다리다 책을 펼쳤다.
책 속에 용택이 아저씨에게 빠져있다 고개를 드니
내가 타야 할 버스가 바로 앞에서 지나치려 한다.
얼떨결에 손을 번쩍들었다.
다행히 아저씨가 보시고 차문을 열어주신다.
휴~ 다행이다. 이거 보내면 다시 20분을 기다려야 하는데..ㅋㅋ

---
용택이네 학교에서는 담임선생인 용택이도 시를 쓰고 아이들도 동시를 쓰는데,
내가 보기에는 그 실력이 막상막하인 것 같다.
교실 뒷벽에 <우리들차지>라는 칠판이 걸려있다.

언젠가 박완서 선생님이 이 학교에 놀러 오렸다가 <우리들 차지>에 붙은 글을
죽 읽어보시고는 그 중 한 편을 골라 가리키시면서
"이건 참 잘 썼다. 이 아이는 좋은 시인이 될 것 같다. 잘 길러라"라고 말씀하셨다.

그랬더니 담임 선생인 용택이는 뒤통수를 긁으면서
"박 선생님, 그건 제가 쓴 겁니다"라고 말했다.

용택이는 이 기막힌 이야기를 나한테 해주면서,
그래도 자기가 아이들 보다 시를 잘 써서
박완서 성생님한테 칭찬받은 일을 기뻐했다.

용택이는 정말로 이걸 자랑이라고 나한테 자랑한 것이다.
야, 정말이라니깐. 박완서 선생님이 내 시가 좋다고 했어야!"


콩타작을 하였다

콩들이 마당으로 콩콩 뛰어나와

또르르또르르 굴러간다

콩 잡아라 콩 잡아라

굴러가는 저 콩 잡아라

콩 잡으러 가는데

어, 어, 저 콩 좀 봐라

쥐구멍으로 쏙 들어가네


콩, 너는 죽었다


-<콩, 너는 죽었다> 김용택시인

어쩌면 '우리들 차지'에 붙어 있다가 박선생님한테 칭찬을 받은 시 가운데
이 시도 들어 있지 않았을까.


..신경림의 시인을 찾아서 中 

1권은 정지용에서 윤동주, 한용운, 천상병까지,

 2권은 김지하에서 정호승을 거쳐 김용택까지

우리나라의 고운 시를 시대별로 발로 뛰며 엮어낸 책이다.

 

저자는 시인의 대표적인 시와 함께 그가 살았던 동네, 그가 바라본 하늘,

그와 만났던 일화 등을 소개하며, 마치 시인이 곁에서 이야기를 나누듯 정감있게 풀어나간다.

거기다 저자의 고운 손끝에서 나온 감성이 덧붙여지며

눈물이 그렁그렁 맺히다가도 혼자 킥킥대기도 했던 책이다. 

 

최근 타계하신 박완서 선생님의 영면을 기원하며,

어찌보면 신경림 시인은 남자이면서 다소곳한 여인같고
박완서선생님은 여자이면서 강단있는 남자같은 이미지가
겹쳐 나에게는 가끔 두 분이 헷갈릴때가 있다.^^

 

2011.1월 어느 겨울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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